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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별점 리뷰

[영화 리뷰] 베이비 드라이버

by 씨네슈 2022. 2. 9.

베이비-드라이버-에드가-라이트
에드가 라이트-베이비 드라이버

제목: 베이비 드라이버

 

감독: 에드가 라이트

 

개봉: 2017년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유튜브 영화

 

Good Tastes 별점: ★★★★

 

※본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베이비 드라이버>를 만든 에드가 라이트는 '제2의 타란티노'라고 불릴 만큼 촉망받는 감독입니다. 물론 얼마나 많은 '제2의 타란티노'들이 있었겠냐만은, 그중에서도 에드가 라이트의 커리어는 단연 돋보입니다. 

 

확실히 에드가 라이트의 영화를 대하는 태도나 방법론은 타란티노와 비슷합니다. 

 

유희 정신이 영화의 가장 큰 목적이라는 점, 씨네필로서 자신의 영화 취향을 적극 반영한 영화를 만든다는 점, 이른바 B급 영화라고 불리던 영화들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에드가 라이트가 타란티노의 카피캣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에드가 라이트는 타란티노 다음 세대 감독이기도 하고, 취향은 물론 국적 또한 타란티노와 다릅니다.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목적과 방법이 같다고 해도, 두 감독이 만들어내는 영화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타란티노가 동서양의 무협 활극을 인용해 <킬빌>을 만든 것처럼, 에드가 라이트는 카 체이싱 무비를 인용하여 <베이비 드라이버>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베이비 드라이버>는 기존 카 체이싱 무비의 액션을 엄선하여 선별한 하이라이트 필름 같습니다. 한 호흡으로 이어지는 초반 은행털이 장면은 정말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재밌습니다.

 

그리고 화려한 카 체이싱 장면을 훌륭한 사운드 디자인이 완벽하게 뒷받침합니다.   

 

에드가 라이트는 자동차의 시동음, 엔진음, 차 문 여닫는 소리가 bgm과 완전히 맞물리게 설계했습니다. 심지어 총을 쏠 때조차 드럼 박자에 맞췄습니다. 

 

사운드 디자인은 영화의 캐릭터들과도 좋은 시너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감독 자신의 강박을 자조하는 듯, 박자와 어긋나게 차에서 내리면 다시 타게 만드는 주인공의 모습은 압권입니다. 

 

자칫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영화의 사운드도, 귀울림 현상 탓에 항상 이어폰을 끼고 다녀야 하는 주인공 캐릭터 덕에 어색하지 않습니다. 아주 영리한 선택입니다. 

 

에드가 라이트는 선택과 집중에 능한 감독입니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아카데미 편집상에 노미네이트 됐을 정도로, 편집이 인상적입니다. 카 체이싱 영화인 만큼, 차를 활용한 액션 장면의 화려한 쇼트 편집은 감탄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보다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중요한 장면은 강조하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아예 제거하는 감독의 과감함입니다. 이를테면 오프닝 카 체이싱 시퀀스나, 음악에 맞춰 거리를 춤을 추듯 돌아다니는 주인공의 모습 등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스토리상 중요하지 않더라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여 화려하게 연출했습니다. 

 

또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생략해버립니다. 주인공이 피자집에 취직하는 장면은 두 개의 쇼트로 약 30초 만에, 아르바이트하는 장면 또한 30초 만에 세 개의 쇼트를 이어 붙여서 압축합니다. 후반부의 법정씬이나 교도소에서의 장면도 비슷한 방법으로 짧게 요약합니다. 그리고 이렇게나 파격적으로 장면을 늘리거나 줄이는데도 어떠한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 솜씨가 훌륭합니다.

 

인상적인 것은, 중요한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을 나누는 기준이 오로지 재미라는 것입니다. 에드가 라이트는 이야기 상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지라도 재미가 없다면 과감하게 잘라버립니다. 다른 감독이 똑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면, 주인공이 범죄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플래시백이라던지, 교수와 주인공의 서사를 더 자세하게 묘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에드가 라이트는 그렇게 영화를 만들지 않습니다. 아마 영화를 정말 많이 본 감독인 만큼, 그 장면이 재밌을지 재미없을지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베이비 드라이버>는 제가 애정하는 영화입니다. 무엇보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감독이 얼마나 영화를 사랑하는지가 느껴져서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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