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결과를 보는 예술이 아니라 과정을 보는 예술"이라던 앙드레 바쟁의 말에서 시작해볼까 합니다.
영화 예술에 있어서 '결과'는 무엇일까요. 이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스크린 앞에서 관객과 마주하는 영상이 결과일 것입니다. 이야기를 쓰고, 촬영하고, 편집해서 최종적으로 우리 눈에 들어오는 완성된 쇼트들의 집합이 영화의 결과물입니다.
영화가 과정과 결과로 이루어졌다면, '과정'은 결과를 제외한 영화의 나머지 부분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나머지 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아 도대체 무엇인지 잘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관객이 닿지 않는 시간과 공간에 영화의 과정은 자리합니다. 우리는 이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지아장커의 <스틸라이프>에는 주인공이 더운 방안에 있다가 선풍기를 틀고, 옷깃을 터는 장면이 나옵니다. 감독은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장면을 잘 찍을 수 있을까. 심사숙고한 끝에 그는 자신과 촬영 감독, 주인공 배우, 그리고 카메라 한 대만 남기고 모든 스태프를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5시간이 지나고, 여배우는 정말 더웠는지 방안에 있던 선풍기를 틀고, 그 앞에서 옷깃을 텁니다. 그렇게 영화의 1분이 완성되었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시간의 과정. 1분의 결과를 위한 5시간.
"예컨대 톰 크루즈든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당신은 그의 클로즈업을 찍으려 하고 있어요. 그 주변에는 엑스트라가 수십 명 있고요. 그런데 지금 그 엑스트라 중 한 명이 아파서 쓰러졌다면 당신은 촬영을 중단하시겠습니까?"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페드로 코스타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질문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그럴 때 촬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있어요."
영화를 만드는 공간에서의 과정. 클로즈업된 카메라 밖에 있는 사람의 과정이 담긴 영화.
영화를 보는 것은 달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달의 앞면만 보지만, 뒷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앙드레 바쟁은 달을 볼 때 앞면을 보더라도 뒷면을 상상하면서 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정 아름다운 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답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세상에는 아름다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영화들이 더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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