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굿타임
감독: 조쉬 샤프디, 베니 샤프디
개봉: 2017년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웨이브, 유튜브 영화
Good Tastes 별점: ★★★★
※본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생과 함께 은행 강도를 계획하는 형. 하지만 돌발 사고로 계획은 틀어지고, 동생은 경찰에 붙잡힙니다. 샤프디 형제의 <굿타임>은 형이 동생을 구하고, 자신도 경찰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하룻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제목인 <굿타임>은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을 떠올리게 합니다. 둘은 비슷하면서 다릅니다. 소설에서의 비극은 자연 재해 같은 것입니다. 원인도 불명확할뿐더러 피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굿타임>의 비극은 원인이 비교적 명확합니다.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 속에서 피어난 어긋난 윤리의식이 하룻밤 비극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샤프디 형제는 한 형제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소환해 사회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온갖 불운이란 불운은 다 겪는 주인공의 밤은 '굿타임'이 아니라 '배드타임'처럼 보입니다. 마치 로버트 패틴슨의 '고생 시네마'처럼 보이는 이 영화는, 불법을 저질러서 이득을 챙기고자 한 자에게 샤프디 형제가 내리는 형벌 같습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로버트 패틴슨은 한 번 제대로 웃어보지도 못합니다. 오래도록 스스로를 돌보지 않아 꾀죄죄한 얼굴에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동공.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로버트 패틴슨의 얼굴이 이 영화가 그리는 밤의 모습입니다.
<굿타임>은 기존의 범죄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영화의 특이한 촬영 방식 때문입니다. 카메라는 영화 내내 화면을 누군가의 얼굴로 가득 채웁니다. 배우의 모공이 다 보일 정도로 가깝게 줌인하는 카메라는 때때로 부담스럽습니다.
주인공이 경찰에게서, 비참한 삶에서 도망치려고 아무리 애써도 화면 안에 갇혀 있을 뿐입니다. 카메라는 발버둥 치는 주인공에게 마치 '이 방법으로는 나갈 수 없어'라고 다그치는 듯합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여타 하이스트 필름과 달리 강도질의 쾌감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하룻밤 뒤에 찾아오는 적막한 새벽이 정말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것일 겁니다.
이외에도 여러모로 볼거리, 들을 거리가 많은 영화입니다. 영화의 모든 구성요소가 샤프디 형제의 지휘 하에 정교하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마약에 취한 것 같은 느낌을 풍기는 어둡고 몽롱한 빛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사이키델릭한 음악을 선곡하는 등 디자인적 디테일이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요소도 역시 영화의 주제에 맞닿아 있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최고의 장면은 영화의 엔딩입니다. 해가 뜨면 숨 가쁘게 흘러가던 밤의 이야기는 저뭅니다. 요란한 작별 인사를 마친 형과 동생은 서로 있어야 할 곳으로 분리됩니다. 이어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다른 범죄 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결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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