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사코>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개봉: 2019년
볼 수 있는 곳: 왓챠, 네이버 영화, 유튜브 영화
Good Tastes 별점: ★★★★★
※본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사코>는 같은 얼굴의 두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만 보면 히치콕의 <현기증>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두 영화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현기증>은 미스터리와 이를 해결해 나가는 추리가 핵심인 반면, <아사코>는 아사코가 두 남자 중 누구를 선택하는지가 중요합니다. <현기증>이 미스터리 스릴러라면, <아사코>는 멜로드라마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아사코>를 그저 멜로드라마라고만 정의 내리기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아사코>가 그리는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섬세하고 매혹적이지만, 이 영화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습니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현실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한 요소들을 영화 곳곳에 배치해 놓았습니다. 갑자기 쓰러져버린 대학 선배, 외국인과 결혼한 고향 친구, 연극배우인 친구와 그녀의 남자 친구 등.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자연으로부터 비롯한 감정도 아사코에게 영향을 줍니다. 지진으로 인해 아사코와 료헤이가 재회하게 되는 순간이 대표적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아사코의 선택에 크던 작던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아사코>를, 그리고 아사코의 선택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이 수많은 불가해한 요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선택에 개입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이처럼 저에게 <아사코>는 인간이 얼마나 이해할 수 없는 동물인지 말하려는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영화가 시작하면 작은 불꽃놀이와 매력적인 전자음이 관객의 마음을 빼앗습니다. Tofubeats가 감독한 영화 음악은 영화에 현대적인 감성을 더합니다. 메인 사운드 트랙인 <River>는 영화와 떼어놓고 보더라도 굉장한 매력을 지닌 곡입니다.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는 언제나 대화가 좋습니다. <아사코>의 대화 장면도 대단합니다. 두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주변의 인물들 간의 대화를 동력으로 영화는 유려하게 앞으로 전진합니다. 대화와 이를 이루는 문장 속 함의를 곰곰이 생각하면 아사코 내면의 여정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촬영도 반드시 언급해야 합니다. 한 쇼트, 한 쇼트 매우 생소한 느낌이 들면서도 매혹적입니다. 특히 빛의 사용이 인상적입니다. 아사코의 얼굴 위로 비치는 터널 안의 빛, 료헤이와 아사코를 쫓아가는 구름 뒤의 햇빛, 고속도로를 비추는 차의 전조등. 그중 압권인 것은 두 번의 선택 이후 가만히 서서 카메라를 응시하는 카라타 에리카의 투명한 얼굴입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지켜보기라도 하는 듯, 한 동안 스크린을 채우는 그녀의 얼굴은 영화를 대표할만한 이미지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한동안은 아름다운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다른 영화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풍경입니다. 아사코는 이다음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그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아사코 자신조차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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